독소전쟁 -모든 것을 파멸시킨 2차 세계대전 최대의 전투-
2차 세계대전 승리의 향방을 결정지은 독소전쟁을
정치, 외교, 경제, 리더의 세계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면서,
전쟁 당사국인 독일과 소련 양국의 허상을 깨뜨리며 21세기 평화 구축을 위해,
인류역사상 최악의 전쟁인 독소전쟁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지은이 오키 다케시가 독소전쟁 서술에 있어 줄곧 유지하는 국가주의와 역사수정주의 사이의 끊임없는 거리두기는
현재 정치적 갈등이 심각한 한국인의 관점에서도 함께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고 이 책을 출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출판사 서평
세계 현대사의 향방을 결정한 가장 비극적인 전투
2020년 이와나미 신서 대상을 수상한 이 책 『독소전쟁―모든 것을 파멸시킨 2차 세계대전 최대의 전투』는 1939년부터 1945년까지 벌어진 2차 세계대전의 역사 중 가장 잔인하고 끔찍했다는 평가를 받는 ‘독소전쟁’(1941~1945)을 다루고 있다.
아돌프 히틀러가 ‘이것은 절멸전쟁이다’라고 단언했을 때, 나치스가 이끄는 독일과 스탈린의 소련은 피로 피를 씻는 몰살 투쟁을 시작했다. 단순히 군사작전의 진행 과정을 살피는 것만으로는 이 전쟁이 명백히 드러낸 생지옥을 놓쳐버린다.
독소전쟁은 인류역사상 벌어진 그 어떤 전쟁보다 대규모의 병력, 화력, 기동력이 동원된 총력전을 특징으로 한다. 이로 인해 전쟁 기간 내내, 독일과 소련 모두 엄청난 인명 피해와 잿더미가 된 영토가 남게 되었고, 양국 모두 상대 절멸을 위한 입에 담기도 힘든 전쟁범죄와 보복을 숱하게 감행했다. 전쟁포로에 대한 무자비한 복수, 홀로코스트, 대규모 보복성 성범죄 등에 관해 이 책에서 제시되는 수치는 놀랄 만하다. 직접 격돌하는 전쟁 중의 인명 피해가 아닌, 전쟁 중 시간을 벌기 위해 자행된 일이라는 점에서 더 비극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양국 자체의 피해뿐 아니라, 주요 전쟁터인 동유럽 일대 역시 초토화되어 복구에 많은 시간이 걸렸으며, 심지어는 동물 등의 피해마저도 극심했다.
독소전쟁은 국제정치 면에서도 의미가 큰 전쟁이다. 이 전쟁으로 인해 전후 세계 패권의 주도권을 미국과 소련에 넘겨주게 되었는데, 이는 당시 패권을 쥔 영국을 위시한 유럽 여러 국가가 이 전쟁의 결과와 양태를 오판한 탓도 있다. 또한 전후 동유럽 여러 국가가 강대국 소련의 위성국으로 전락하여 현재까지 정치, 경제, 외교면에서 러시아에 영향을 받으며 낙후된 상황이다. 소련이 2차 세계대전의 승리국이 됨으로써, 미국과 소련의 냉전기가 소련 몰락까지 몇십 년 동안 지속되었다는 점에서도 독소전쟁은 유의미하다고 하겠다. 독일의 분단과 영토 상실 역시 독소전쟁 패전국 독일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독소전쟁과 아시아태평양전쟁을 바라보는 시각 제시
이렇듯 역사적으로 유의미한 독소전쟁이지만 이에 관한 연구는 문제가 많았던 게 현실이다. 이는 엄연히 냉전이라는 특수한 정치사적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서방측에서는 과거의 동지였으나 현재는 적이 된 소련의 승리를 깎아내려야 했고 소련 역시 자신의 체제에 위협이 될 만한 전쟁 초기 피해 현황 등 독소전쟁에 관한 자료나 연구 결과는 검열을 통해 세상에 선보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냉전이 종식되기까지 독소전쟁에 관한 객관적인 연구 결과는 보기 힘들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공개된 사료들을 통해 독소전쟁에 관해 제대로 된 연구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자 오키 다케시는 이러한 연구성과들이 전쟁의 당사자인 일본의 독자들에게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 ‘세계관 전쟁’이었던 독소전쟁을 군사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사상 등 다방면에서 고찰하여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미증유의 이 전쟁을 ‘인류의 체험’이라는 입장에서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고 밝혔다.
독소전쟁 종결 후 70여 년이 지나도 이 전쟁의 여파는 독소 양국과 전 세계에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 독일인이 느끼는 독소전쟁의 모습은 일본인이 ‘만주국’의 역사와 중일전쟁에 관해 품는 인상과 중첩된다고 해도 좋다고 표현했다. 절멸 전쟁과 수탈 전쟁을 벌인 데 대한 속죄의식과 전쟁 말기에 당한 소련군의 만행에 관한 분노가 여전히 독일의 정치와 사회의식의 저변에 깔려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전쟁의 실태를 이해하는 것은 아시아태평양전쟁 역사를 현실적 정치문제로 안고 있는 일본인에게도 유익하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2차 세계대전을 식민지 상태에서 치르고, 독소전쟁의 결과로 포츠담에서 해방이 논의된 뒤, 광복을 맞고 한국전쟁과 냉전 시대를 겪으며 갈등이 심해진 한국 독자의 상황에서도 독소전쟁은 매우 중요하다. 이 전쟁의 결과가 어쩌면 지금, 현재 우리 상황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소전쟁은 비단 서구뿐 아니라 아시아를 비롯한 현대사의 방향을 결정지은 대단한 전쟁이었던 것. 해방 이후 민족 간에 치른 전쟁으로 분단이 되고, 여전히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역사적 트라우마가 국내는 물론이고 주변 국가를 비롯한 전 세계적인 위험과 갈등의 원인인 현재까지도 한국 독자들이 이 전쟁에 관한 객관적 시각의 입문서를 만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한 이유로 지은이 오키 다케시가 전쟁 당사자인 일본의 학자로서 끝까지 균형 잡힌 시각으로 최신 연구 경향까지 반영하여 꼼꼼하게 서술한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울림은 남다르다 할 수 있다. 광복절 당일에도 ‘국가주의’와 ‘역사수정주의’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무엇보다 꼭 필요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독소전쟁 이해에 도움이 되는 풍부한 자료
이 책은 독소전쟁의 순간순간을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지도와 사진 등을 통해 지금까지와 달리 입체적으로 독소전쟁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또한 그저 부록이 아니라 저자의 집필 의도를 찾아볼 수 있는 참고문헌 해제, 세세히 덧붙인 연표까지 여러 자료를 통해 독소전쟁 이해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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